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현관 입구 천장에서 뭔가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에어컨 실외기 문제인가 싶어 괜히 창밖만 내다봤는데, 사실은 거실 쪽 화장실 천장에서 시작된 누수였다. 물방울이 맺혀서 툭, 툭 하고 떨어지는데 그게 바닥에 닿는 소리가 밤에는 어찌나 크게 들리는지 모르겠다. 김애란 작가의 소설 속 한 장면처럼 문득 나도 이런 일상을 겪게 되는구나 싶어 기분이 참 묘했다. 이게 대단한 비극은 아니지만, 매일매일 조금씩 무너지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그런 무게가 있다.
관리사무소 직원분의 첫 방문과 덧없는 기대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했더니 다음 날 아침 일찍 오겠다고 했다. 오신 분은 천장을 대충 훑어보더니 위층 화장실 방수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나는 속으로 ‘그럼 이제 수리하면 되겠네’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정말 순진한 생각이었다. 위층 주인은 본인 집 화장실은 멀쩡하다며 펄쩍 뛰었다. 윗집이랑 아랫집 사이에서 대화가 안 통하는 상황이 되니 갑자기 피로감이 몰려왔다. 결국 윗집은 자기네 책임이 아니라는 입장이고, 나는 내 돈 들여서 먼저 탐지업체를 불러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한 30만 원 정도가 탐지 비용으로 쑥 나갔는데, 정작 근본적인 원인은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는 모호한 답변만 듣고 끝났다.
찢어진 벽지와 축축한 천장 사이의 고민
문제는 물만 새는 게 아니었다. 누수 때문에 화장실 주변 벽지가 다 젖어서 색이 변하고, 심지어는 일부가 찢어졌다. 보기 흉한 것도 문제지만 벽지 안쪽으로 곰팡이가 슬지 않을까 걱정이 앞섰다. 대전 쪽 뉴스에서 누수 때문에 윗집과 감정이 상해 크게 번진 사건을 본 적이 있어서, 나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나는 결국 내 돈으로 천장 보수를 먼저 진행했다. 화장실 천장 타일 구멍을 메우고 벽지를 새로 바르는 데 대략 150만 원 정도를 썼는데, 이게 나중에 윗집에 청구할 수 있을지조차 확실하지 않다. 법적인 다툼까지 가면 병상에 누워있어도 소송을 준비해야 할 만큼 피곤해진다는데, 그런 일을 겪고 싶지는 않아서 그냥 내가 먼저 수리했다.
공용배관 문제인가 개인적인 문제인가
수리하던 날 기사님이 화장실 천장을 뜯어보더니 공용 배관 쪽에서도 살짝 습기가 느껴진다고 했다. 만약 이게 개인 세대 배관이 아니라 공용 배관 문제라면 아파트 전체 수리비로 처리해야 하는데, 관리사무소에서는 또 그건 나중에 따져봐야 한다며 한발 물러서는 태도였다. 참 이상한 일이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가 이렇게 어렵다. 누구 하나 확실하게 ‘이거 우리 잘못입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 결국 나는 윗집과 관리사무소 사이에서 서류 뭉치를 챙기느라 주말 내내 시간을 다 보냈다.
끝까지 찜찜함이 남는 수리 과정
결국 공사는 끝났다. 찢어졌던 벽지도 말끔해졌고 더 이상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기분이 완벽히 개운하지는 않다. 누수 탐지를 할 때 들었던 ‘정확한 원인은 시간이 지나봐야 안다’는 말이 계속 머릿속에 맴돈다. 비가 많이 오거나 위층에서 물을 한꺼번에 많이 쓰는 날이면 또다시 소리가 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남았다. 이게 내가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몰랐던,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고충 같다. 다들 그냥 참고 살거나, 아니면 한바탕 크게 싸우거나 둘 중 하나를 택하는 걸까.
다음에 이런 일이 생긴다면
비슷한 상황이 온다면 아마 이번처럼 조급하게 행동하지는 않을 것 같다. 수리비 견적을 받아두고 차근차근 사진을 찍어두는 것부터 시작하겠지만, 그래도 불안함은 여전할 것이다. 천장 보수를 다 하고 나서도 거실에 앉아 있으면 자꾸 천장만 쳐다보게 된다. 빗물 소리가 들리는 건 아닌지, 혹시 어디가 또 젖어가는 건 아닌지. 이 불확실함이 가장 괴롭다. 결국 해결은 했지만 완벽히 끝난 건 아니라는 느낌을 안고 오늘도 그냥저냥 잠자리에 든다.

벽지 곰팡이 걱정 때문에 더 답답했던 것 같아요. 특히 누수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불안함이 계속 맴돌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