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윗집 베란다에서 떨어진 물 때문에 고민만 하다가 한 달이 지났다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베란다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비가 많이 와서 창문 틈으로 들어왔나 싶어 걸레를 몇 번 닦아냈는데, 다음 날 아침에도 바닥이 흥건한 걸 보고 느낌이 싸했다. 비가 안 오는데 물이 계속 나온다는 건 밖에서 들어오는 게 아니라 우리 집, 혹은 윗집 어딘가 배관 문제라는 뜻이니까. 관리실에 전화를 걸었더니 나이가 좀 지긋하신 관리소장님이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윗집 베란다에 뭐 세탁기나 화분 같은 거 두지 않았냐”고 물으시더라. 나는 우리 집이 아니라 윗집 문제인 것 같다고 다시 말했고, 그렇게 며칠 뒤에야 겨우 사람이 방문했다.

윗집 사정은 생각보다 더 복잡했다

윗집 분은 나랑 몇 번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적 있는 분인데, 막상 누수 문제로 얼굴을 대하니 서로 민망하기 그지없었다. 그분 말로는 본인도 며칠 전부터 베란다 보일러 분배기 주변이 좀 눅눅한 것 같긴 했는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설비 업체를 불러서 점검을 받아보니 보일러 배관 연결 부위에서 미세하게 물이 새고 있었다. 업체 사람 말로는 이게 하루 이틀 된 게 아니라 꽤 오래전부터 조금씩 스며들었을 거라고 했다. 수리비는 대략 40만 원에서 50만 원 정도가 나왔는데, 이 비용을 누구 부담으로 할지를 두고 잠깐 정적이 흘렀다. 당연히 윗집 책임이긴 하지만, 그분도 당황스러운지 한참을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며 보험 처리가 되는지 알아봐야겠다고 하셨다. 나도 마음이 편치는 않아서 일단 수리부터 빨리 해달라고 재촉하는 것밖에는 할 게 없었다.

업체 부르고 수리하기까지 걸린 시간들

업체를 부르고 나서도 바로 해결되는 건 아니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뚝딱 고쳐지는 게 아니더라. 일단 누수 탐지를 해야 하는데, 장비를 가져오시는 분들이 오기까지 3일이 걸렸다. 그동안 나는 베란다에 대야를 3개나 받쳐두고 살았다. 낮에는 직장에 있으니 중간에 물이 넘치면 어쩌나 싶어서 퇴근하자마자 제일 먼저 베란다부터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됐다. 아파트 외벽 실리콘 문제인가 싶어 관리사무소에 다시 따져 물었을 때는, 외벽은 공용 부분이라 관리사무소 책임이지만 배관은 전유 부분이라 세대 부담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결국 윗집은 윗집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된 거다. 전문가라고 부른 분은 생각보다 젊은 분이었는데, 꼼꼼하게 배관을 살펴보더니 생각보다 노후화가 심해서 부분 수리만으로는 나중에 또 샐 수 있다고 하셨다. 하지만 당장 전체 배관 공사를 하기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으니 일단은 샌 곳만 막기로 했다.

공사 후에도 남아있는 찜찜한 기분

결국 윗집 보일러 주변 배관을 고치고 나니 물은 더 이상 떨어지지 않았다. 수리비는 윗집에서 부담했고, 나는 우리 집 베란다 천장에 곰팡이가 핀 곳을 닦아내고 페인트칠을 새로 하는 정도로 마무리했다. 그런데 수리가 끝나고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비가 오면 창틀 근처를 계속 쳐다보게 된다. 이게 고쳐진 건지, 아니면 또 어디선가 미세하게 새고 있는 건지 확신이 안 서서 그런 것 같다. 누수라는 게 한번 경험해보니 정말 사람을 지치게 한다. 큰 사고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흔한 아파트 수리 중 하나라는데, 겪는 동안에는 왜 이렇게 신경이 곤두서는지 모르겠다. 윗집이랑도 괜히 서먹해진 것 같고, 관리실에 전화할 때마다 눈치가 보이는 것도 스트레스다. 만약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좀 더 차분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지금은 그냥 천장이 말라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비용과 시간의 문제에 대하여

이번 일을 겪으면서 대략 50만 원 정도의 예기치 못한 지출이 발생할 뻔했다. 물론 나는 피해자 입장이었지만, 윗집과 원만하게 해결하느라 쏟은 에너지까지 생각하면 금전 이상의 손해를 본 기분이다. 누수 탐지 업체는 검색해서 나오는 곳 중 제일 먼저 연락받은 곳에 맡겼는데, 사실 다른 곳과 비교해볼 여유도 없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누수는 사람 잘 만나야 한다”는 소리만 하더라. 누구는 한 번에 잡았다는데, 누구는 몇 번을 불러도 못 고쳐서 결국 바닥을 다 뜯어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괜히 불안해졌다. 지금 우리 집은 수리가 완료된 상태지만, 누군가 옆에서 “나중에 또 샐 수도 있어요”라고 말했던 한마디가 계속 뇌리에 박혀 있다. 완전히 해결된 건지, 아니면 잠시 멈춘 건지 확실하게 알 수 없는 이 모호함이 누수 수리의 가장 큰 스트레스인 것 같다.

“윗집 베란다에서 떨어진 물 때문에 고민만 하다가 한 달이 지났다”에 대한 2개의 생각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