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오면 창틀에서 물이 스며들어 거실 바닥이 젖는 경험,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저도 몇 년 전 빌라에 살 때 장마철마다 젖은 걸레를 창틀에 쌓아두느라 지긋지긋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시중에 파는 방수크림이나 실리콘을 사서 직접 덧칠하면 금방 해결될 줄 알았죠. 실제로 유튜브나 커뮤니티에서는 ‘창틀누수실리콘’ 작업만 잘해도 비싼 공사비 아낀다고들 하니까요.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먼저 흔히 하는 실수가 기존 실리콘 위에 무작정 새 실리콘을 덧바르는 것입니다. 저도 처음에 그랬습니다. 겉보기에 틈이 벌어진 것 같아 우레탄 실리콘을 듬뿍 쐈는데,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며칠 뒤 폭우가 쏟아지니 그 틈 사이로 물이 더 교묘하게 파고들더군요. 오히려 빗물이 빠져나가야 할 구멍까지 막아버려서 창틀 내부가 수영장이 된 적도 있었습니다. 이 실리콘 작업이라는 게, 사실 단순히 구멍을 메우는 게 아니라 ‘어디로 물을 배출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작업이더라고요.
‘외벽누수’가 의심될 때 업체에 맡기면 보통 30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까지 부릅니다. 20평대 빌라 기준으로 외벽 코킹 작업을 하면 40~50만 원 정도가 평균적인 시세인데, 이 비용을 아끼려고 셀프 시공을 도전하는 분들이 많죠. 하지만 실리콘 10개, 프라이머, 헤라,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고소작업 장비(혹은 안전사고에 대한 리스크)를 따져보면 이게 과연 경제적인 선택인지 의문이 듭니다. 저는 결국 전문가를 불렀는데, 그분들이 기존 실리콘을 완전히 칼로 긁어내고(커팅) 프라이머를 바른 뒤 새로 쏘는 데만 3시간 이상 걸리더군요. 단순히 덧방을 치는 것과는 접착력부터가 달랐습니다.
‘프리미엄의 민낯’이라는 기사처럼 초고급 아파트에서도 누수는 터집니다. 이건 자재의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 시공 디테일의 문제입니다. 창틀과 벽체 사이의 유격이 벌어지면 아무리 좋은 실리콘을 써도 결국 다시 벌어지거든요. 그래서 무조건 실리콘만 덧바르는 게 능사는 아닙니다. 때로는 아파트 외벽 균열이 문제인데 괜히 창틀만 붙잡고 있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특히 베란다 코킹을 직접 하겠다는 생각은 3층 이상이라면 저는 극구 말리고 싶습니다. 로프 타는 기술은 단순 실리콘 쏘는 기술보다 훨씬 고도의 안전 수칙을 동반하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내릴 수 있는 판단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정말 미세한 균열이라면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부분 방수제를 사용해 본다. 둘째, 누수가 반복된다면 공용부분 책임인지 관리사무소나 임대주택 관리 공사에 강력히 하자 보수를 요청한다. 셋째, 그냥 놔둔다. 사실 저도 경험해 보니, 어설프게 건드려서 실리콘 잔해만 지저분하게 남기고 나중에 전문 업체가 작업을 더 까다로워하게 만드는 상황을 몇 번 봤습니다. 정말로 누수가 심하다면 돈을 아끼는 것보다 ‘한 번에 제대로 잡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가장 저렴한 비용이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 당부드리고 싶은 점은, 이 조언이 모든 현장에 다 맞지는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누수는 원인이 제각각이라, 똑같은 증상처럼 보여도 어떤 집은 실리콘 문제고 어떤 집은 창틀 수평 자체가 틀어진 것일 수 있습니다. 누수 방수크림이 효과를 보는 건 정말 찰나의 순간일지도 모릅니다. 이번 장마가 오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은 누수 위치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비 오는 날 창틀 하단을 휴지로 꼼꼼히 닦아내며 어디서부터 젖는지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무턱대고 실리콘부터 사지 마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