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던 날
거실 천장 한가운데서 물방울이 맺히기 시작한 건 지난 화요일 저녁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습기인 줄 알았다. 장마철도 아닌데 왜 이러나 싶어 휴지로 슥 닦아냈는데, 10분 뒤에 다시 보니 똑같은 자리에 투명한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아래에 대야를 받쳐두긴 했지만, 뚝, 뚝 하는 소리가 온 집안을 울리는 것 같아 미칠 노릇이었다. 밤 10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윗집에 올라가지 않을 수 없었다. 문을 두드리니 윗집 아주머니는 놀란 눈으로 따라 내려오셨는데, 막상 우리 집 천장을 보더니 본인 집 욕실 바닥은 보송보송하다며 난처해하셨다. 결국 그날 밤은 아무런 해결도 못 한 채 물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은평구 동네 업체 사장님을 부르다
다음 날 아침, 은평구 근처 누수업체를 급하게 수소문했다. 인터넷 검색을 하니 블로그에 너무나 화려한 후기들이 많아 어디를 골라야 할지 감도 안 왔다. 대충 동네에서 오래 하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에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은 오후 3시쯤 도착했는데, 장비 가방을 들고 들어오자마자 하는 말이 “이건 딱 봐도 배관 문제네”였다. 비용은 탐지 비용만 20만 원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수리 범위에 따라 공사비는 달라진다는데, 이미 100만 원은 훌쩍 넘길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실제로 배관이 삭아서 생긴 문제라며 굴착을 시작했는데, 거실 한복판을 파헤치는 모습이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굴착 공사의 불청객과 먼지
벽지를 뜯어내고 콘크리트를 파내는 작업이 시작되자 온 집안이 먼지 구덩이가 되었다. 윗집 바닥 배관을 건드려야 한다며 윗집 안방까지 점령했는데, 그 과정에서 윗집 아주머니와 내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흘렀다. 분명 윗집 배관 노후로 인한 문제인데, 나보고 ‘조금 더 쓰다 보면 괜찮아지지 않겠냐’는 식으로 말씀하시니 뒷목이 당겼다. 35만 원 정도 나오면 서로 반반 부담하자고 했던 농담이 무색하게, 배관 전체를 교체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고 나니 공사비는 150만 원까지 치솟았다. 사장님은 능숙하게 일을 처리했지만, 윗집 아주머니는 끝까지 이 비용을 본인이 다 내야 하느냐며 억울해하셨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참 민망하고 피곤했다.
온수 배관과 분배기의 기묘한 관계
공사 도중에 알게 된 건데, 우리 집 온수가 왜 그렇게 자주 안 나왔는지 드디어 이해가 갔다. 누수된 배관 옆에 있던 난방 분배기가 이미 제 기능을 못 하고 있었던 거다. 사장님은 이왕 파낸 김에 분배기까지 교체하는 게 어떻겠냐고 권했다. 이미 큰돈이 나가는 판국이라 더 고민할 힘도 없었다. 그냥 다 해주세요, 하고 체념했다. 작업을 다 끝내고 나니 벌써 밤이 깊었다. 총 180만 원이 결제되었다. 아파트 누수공사가 이렇게 사람을 진 빠지게 하는 일인 줄 알았다면 집을 구할 때 더 꼼꼼히 봤어야 했나 싶다.
여전히 남은 찝찝함
모든 공사가 끝나고 윗집과의 관계는 서먹해졌다. 관리실에서는 중재를 해주려 했지만, 결국 비용 분담은 각자의 도의적 책임이라는 말뿐이었다. 윗집 아주머니는 수리비의 절반도 채 안 되는 돈을 내놓으며 ‘그래도 우리가 배려해서 이만큼 주는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삿짐을 옮길 때 챙겼던 돈이 이런 곳에 쓰일 줄은 몰랐다. 누수는 멈췄고 더 이상 천장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그런데 벽지 아래로 덜 마른 시멘트 냄새가 올라오는 것 같아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다음 주에는 도배를 새로 해야 하는데, 또 사람들을 불러야 한다는 사실이 그저 막막하기만 하다. 내가 해결한 게 맞나, 아니면 그냥 임시방편으로 구멍만 막은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계속 든다.

굴착하는 동안 거실 바닥에 흙이 엄청 많이 쏟아졌더라고요. 마치 댐이 무너진 것 같았어요.
저도 작년에 비슷한 경험 때문에 밤새 잠 못 이루면서 견적을 뽑았었어요. 분배기 문제로 해결되는 경우가 꽤 있더라고요.
저도 비슷한 경험 때문에 집 계약할 때 배관 상태를 꼼꼼히 확인해야겠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어요. 불편하셨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