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집 안방 화장실 천장에서 발견된 미세한 물 흔적
포항 남구 효자동에 있는 오래된 아파트로 이사 오고 나서 한 3년은 아무 일 없이 잘 지냈다. 그런데 지난달 갑자기 아랫집 화장실 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배관 문제겠거니 싶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내려가서 확인해 보니 욕실 천장 돔 뚜껑을 열었을 때 안쪽 시멘트 벽면을 타고 아주 미세하게 물이 배어 나오는 상태였다. 뚝뚝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시멘트가 축축하게 젖어 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사 올 때 리모델링을 싹 하고 들어왔는데, 욕실 바닥 방수가 깨진 건가 싶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당장 씻는 것부터 조심스러워졌고, 아랫집 사람 얼굴을 마주칠 때마다 죄송하다는 말을 연신 해야 했다.
누수 탐지 장비가 짚어내지 못했던 미세한 균열의 위치
인터넷을 뒤져서 포항누수탐지 업체를 몇 군데 알아보고 전화를 돌렸다. 다들 당장 일정이 안 된다고 하다가 겨우 한 군데 연락이 닿아 일정을 잡았다. 아침 일찍 방문한 기사님은 컴프레셔 같은 기계를 들고 와서 온수관, 냉수관, 난방관에 압력을 걸어보기 시작했다. 게이지가 내려가는지 확인하는 작업인데, 기사님이 한참을 쳐다보더니 게이지가 전혀 미동도 없다고 했다. 관에는 누수가 없다는 소리였다. 배관 누수면 차라리 원인이 명확해서 고치기 쉬운데, 이런 식의 미세 누수나 방수층 균열은 탐지기로 잡아내기가 정말 어렵다고 했다. 청음기 같은 헤드폰을 끼고 욕실 바닥 구석구석을 3시간 넘게 짚어보는데도 뚜렷한 물새는 소리가 나지 않았다. 시간은 계속 흐르고 탐지 비용은 비용대로 나가는 상황이라 옆에서 지켜보는 나만 피가 말랐다.
타일 전체 철거 대신 선택한 그라우팅 주입 방식의 과정
결국 기사님은 바닥 타일 메지 사이나 욕조 하수구 유가 주변의 방수층이 깨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보통 욕실 누수공사는 바닥 타일을 싹 다 뜯어내고 방수를 새로 한 뒤에 다시 타일을 까는 방식으로 진행하는데, 그렇게 하면 공사 기간만 사흘이 걸리고 소음도 엄청나다고 했다. 먼지 날리는 것도 감당이 안 될 것 같아 걱정하고 있으니 기사님이 다른 대안으로 그라우팅 공법을 제안했다. 타일을 깨지 않고 누수가 의심되는 틈새나 슬래브 층에 방수액을 고압으로 주입해서 메우는 방식이라고 했다. 공사 시간도 서너 시간이면 끝나고 먼지도 덜 난다고 해서 귀가 솔깃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눈으로 방수층을 확인하며 작업하는 게 아니라서 간혹 실패할 확률도 있다고 덧붙여서 고민이 깊어졌다. 그래도 당장 며칠 동안 화장실을 못 쓰는 불편함을 감수하기 어려워 그라우팅을 해보기로 결정했다.
공사 비용 정산과 아파트 일상 회복의 지연
작업은 바닥 타일 틈새에 드릴로 미세한 구멍들을 뚫고, 거기에 발포 우레탄 약재를 주입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주입기가 돌아갈 때 찌지직 하는 기분 나쁜 기계음이 욕실 가득 울렸다. 약재가 틈새로 들어가면서 부풀어 올라 반대편 틈으로 삐져나오는 걸 보니 신기하기도 했지만, 저게 정말 아랫집 천장 벽 안쪽까지 꼼꼼히 메워줄 수 있을지 의구심이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작업하고 뚫었던 구멍들을 대충 메우는 것으로 공사가 끝났다. 탐지 비용에 그라우팅 시공비까지 합쳐서 총 120만 원이 청구되었다. 생각보다 큰돈이 한 번에 깨지니 속이 쓰렸다. 타일을 전부 철거하고 방수하는 비용이 보통 200만 원 중반대 나오는 것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라 스스로 위안을 삼았지만, 여전히 지출 타격이 컸다. 일상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화장실 바닥에 굳은 약재 흔적을 닦아내는 것도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여전히 샤워기를 쓸 때마다 아래층 눈치를 보게 되는 심리
일단 공사가 끝나고 이틀 정도 화장실 물 사용을 자제한 뒤 아랫집에 다시 물어봤다. 아랫집 주인은 일단 떨어지는 물방울은 멈춘 것 같다고 했지만, 천장 콘크리트가 완전히 마르려면 몇 주는 걸릴 테니 더 지켜보자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이후로 샤워기를 쓸 때마다 괜히 마음이 불안하다. 샤워 시간을 평소보다 줄이게 되었고, 바닥에 물이 너무 고이지 않게 하려고 샤워가 끝나면 스퀴지로 바닥 물기를 쓸어내리는 버릇이 생겼다. 그라우팅이라는 게 영구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소리를 어디선가 들은 탓인지, 언제 다시 아래층에서 연락이 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조마조마하다. 차라리 돈이 더 들더라도 타일을 다 뜯고 바닥을 통째로 엎어버리는 게 나았을까 하는 후회가 가끔 머릿속을 스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라 그저 물이 다시 안 새기만을 바랄 뿐이다.

바닥 타일 메지 사이에 물이 새는 건 정말 답답하네요. 특히 탐지기가 제대로 안 되면서 시간만 오래 걸리는 상황은 더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샤워할 때마다 불안해서 샤워 시간을 줄이는 게 정말 힘들더라고요.
그라우팅 시공 후에도 여전히 틈새가 남아있는 걸 보니, 완벽한 해결은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