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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에서 물이 샌다는 걸 알게 된 그날 오후의 기억

거실 천장에 생긴 작은 얼룩 하나

주말 오후였던 걸로 기억한다. 거실 소파에 앉아 멍하니 천장을 보다가 왠지 모르게 벽지가 평소보다 조금 어둡게 변해 있다는 걸 눈치챘다. 처음에는 그냥 습기가 많은 날이라 결로인가 싶어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런데 이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영역이 넓어지더니, 나중에는 손으로 만져보면 축축한 느낌이 확 올라왔다. 아파트에 살면서 이런 일을 겪을 거라고는 생각도 안 해봤는데, 막상 닥치니까 머릿속이 하얘지더라. 관리사무소에 전화했더니 일단 윗집에 연락해서 상황을 확인해보라고만 했다. 그 짧은 통화가 끝난 뒤, 나는 윗집 초인종을 누르러 가기 전까지 얼마나 망설였는지 모른다. 그냥 집 안에서 맴도는 그 습한 공기가 나를 더 지치게 만들었다.

윗집과 껄끄러운 첫 대면

결국 용기를 내서 올라갔는데, 윗집 주인분은 생각보다 더 당황하고 있었다. 본인 집 화장실 바닥이 멀쩡해 보이는데 도대체 왜 밑으로 물이 새는지 모르겠다며 같이 한참을 고민했다. 알고 보니 화장실 배관 쪽이 문제였던 것 같다. 업체를 부르기 전까지 며칠 동안은 윗집에서 물을 쓸 때마다 우리 집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때 들었던 생각이 ‘아, 이게 내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구나’라는 것이었다. 윗집이랑 비용 문제를 어떻게 나눌지, 어떤 업체를 불러야 할지 정하는 과정 자체가 너무나 번거로운 일상이었다. 당시 광진구 인근 누수탐지 업체를 몇 군데 찾아봤는데, 대략적인 비용이 50만 원에서 많게는 100만 원 단위까지 훌쩍 넘어가더라. 이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수리해야 하는지도 불확실해서 견적을 받는 것부터가 스트레스였다.

누수탐지 업체가 다녀가던 날

결국 인터넷에서 적당히 평이 괜찮아 보이는 곳을 골라 불렀다. 장비를 들고 온 기사님은 꼼꼼하게 살피셨지만, 처음에는 원인을 찾지 못해서 당황했다. 화장실 바닥 타일을 뜯어내야 할 수도 있다는 소리를 듣는데,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우리 집 공사도 아닌데 윗집 화장실을 다 뒤집어엎어야 한다니, 듣기만 해도 피로감이 몰려왔다. 결국은 온수 배관 쪽 미세한 균열 때문인 것 같다고 결론이 났다. 오후 2시쯤 시작된 탐지가 저녁 6시가 다 되어서야 끝났는데, 그사이 나는 거실 한복판에서 멍하니 기사님이 하시는 말씀을 듣고 있었다. 사실 내용이 잘 이해가 안 갔다. 내 귀에는 그냥 ‘돈이 많이 들 것 같다’는 말만 맴돌았으니까.

끝나지 않은 것 같은 찝찝함

공사는 무사히 끝났다. 윗집 분들도 협조적이었고, 누수도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천장의 얼룩은 그대로 남아있다. 벽지를 새로 도배해야 하는데, 이게 윗집 책임인지 아니면 우리 집 보험으로 처리해야 하는지 여전히 알쏭달쏭한 부분들이 있다. 관리사무소에서는 누수 원인이 명확하면 윗집 책임이라는데, 또 윗집에서는 본인들이 실수한 게 아니니 어디까지 배상해야 할지 고민하는 눈치였다. 결국 적당히 합의를 보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오간 대화들이 왠지 모르게 씁쓸하게 기억에 남는다. 얼굴 보며 인사하던 이웃 사이였는데, 누수 하나로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이 된 게 참 그렇다.

아직도 천장을 보면 드는 생각

지금은 물이 새지 않으니 다행이라 생각하지만, 비가 많이 오거나 습한 날이 되면 괜히 천장을 쳐다보는 버릇이 생겼다. 혹시나 다시 얼룩이 번지는 건 아닐까 하는 불신이 머릿속에 자리 잡은 모양이다. 외벽 방수 문제일 수도 있고, 보일러 분배기 쪽 배관 문제일 수도 있다는 말을 들으니 아파트라는 게 참 나약한 구조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때 썼던 비용이나 시간보다도, 마음의 여유를 좀 뺏긴 기분이다. 다음에 이런 일이 또 생기면 그때는 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그냥 지금은 이 젖었던 천장이 완전히 다 마르기만을 바랄 뿐이다. 어쩌면 조금 더 지나면 이 얼룩도 자연스럽게 잊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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