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길래 윗집이랑 어색한 대화를 나눴다

어느 날 갑자기 거실 천장 벽지가 축축해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습기 때문인가 싶어서 제습기를 틀어봤는데, 하루가 지나니 벽지 색이 눈에 띄게 변하고 곰팡이 냄새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아래층에 사는 사람이 이런 기분일 줄은 몰랐는데, 막상 겪어보니 마음이 꽤 조급해졌다. 윗집에 올라가서 조심스럽게 상황을 설명했더니, 그쪽도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이라 괜히 내가 더 미안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일단 보일러 배관 문제인지 화장실 누수인지 알 길이 없어서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사람 부르는 게 제일 복잡한 일이었다

누수 전문 업체라고 검색하면 정말 너무 많은 곳이 나온다. 방이동이나 강동구 쪽에서 많이들 찾는다는 업체를 몇 군데 추렸는데, 막상 전화를 돌리니 당장 오늘 오후에 올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보통 빠르면 2~3일, 길게는 일주일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을 들으니 맥이 빠졌다. 가격도 업체마다 부르는 게 값인 것 같아서 더 불안했다. 어떤 곳은 탐지비만 20만 원에서 30만 원 사이를 기본으로 잡고 시작한다고 하더라. 나는 이게 큰 공사가 될지 아니면 단순히 배관 연결 부위 문제일지 전혀 감이 안 잡히는 상태였으니까 돈이 얼마나 깨질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엉뚱한 곳을 파헤칠 뻔했다

겨우 일정을 잡아서 기사님이 오셨는데, 생각보다 장비가 단출했다. 청진기 같은 걸로 바닥을 듣기도 하고 압력을 넣어서 공기 방울이 새는 곳을 찾는 것 같았다. 사실 나는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새길래 당연히 화장실 방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기사님은 엉뚱하게 보일러실 배관 쪽을 짚으셨다. 내가 나름대로 유튜브에서 본 정보로는 방수층 문제라고 확신했는데, 전문가가 아니면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거구나 싶었다. 괜히 아는 척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었지, 하마터면 애먼 화장실 타일만 뜯어낼 뻔했다.

예산보다 조금 더 나오는 건 기본인 듯하다

결국 보일러 배관 미세 누수가 원인이었다. 배관을 보수하는 비용까지 합쳐서 50만 원이 조금 넘게 나왔는데, 처음 상담할 때 들었던 예상 비용보다 10만 원 정도 더 나왔다. 부품을 더 교체해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지불했는데, 마음 한구석이 찝찝한 건 어쩔 수 없다. 이게 정말 필요한 교체였는지, 아니면 그냥 내 눈에 잘 보이지 않으니까 더 청구한 건지 알 길이 없으니까 말이다. 누수 공사라는 게 끝날 때까지는 정답이 없는 것 같다. 그냥 물이 안 새면 다행인 건지, 아니면 바가지를 쓴 건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수리하고 나서도 의심은 사라지지 않는다

공사를 다 끝내고 나서도 며칠 동안은 천장만 쳐다보고 살았다. 혹시라도 또 얼룩이 생기는 건 아닌지, 물방울이 맺히는 건 아닌지 계속 신경이 쓰였다. 사람이 심리적으로 참 피곤하다. 수리비용은 그렇다 치더라도 공사하는 내내 윗집이랑 연락 주고받고, 관리사무소랑 이야기하고, 업체 스케줄 맞추는 과정이 훨씬 더 스트레스였다. 어쩌면 누수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그 모든 상황을 조율해야 하는 과정이 제일 고통스러운 것 같다. 지금은 물이 더 이상 안 새니까 다행이긴 한데, 나중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더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을지 자신은 없다. 그냥 이번에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고 넘기려고 한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길래 윗집이랑 어색한 대화를 나눴다”에 대한 2개의 생각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