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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싱크대 밑에서 흘러나온 물 때문에 결국 바닥을 다 파내게 되었다

오래된 복도식 아파트에서 시작된 아래층 천장 누수

이사 온 지 2년 정도 지난 오래된 복도식 아파트 4층인데, 평화롭던 주말 아침에 아래층 주민이 올라왔다. 자기 집 화장실 앞 천장 실크 벽지가 조금씩 젖어 들어가더니 지금은 물방울이 맺힌다는 이야기였다. 처음에는 단순히 우리 집 화장실 방수가 문제겠거니 가볍게 생각했다. 화장실 덧방 공사를 한 지도 얼마 안 되었으니 금방 해결되겠지 싶었다. 그런데 동네 설비 쪽에 연락해서 누수 탐지를 받아보니 예상외의 진단이 나왔다. 화장실이 아니라 거실에서 주방으로 이어지는 난방 배관 어딘가에서 미세하게 압력이 빠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보일러를 돌릴 때마다 뜨거운 물이 바닥 밑으로 조금씩 새어 나오고 있었던 셈인데, 이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고 앞으로 들어갈 비용 걱정부터 앞섰다.

바닥을 다 깰 것인가 홈파기 공법으로 갈 것인가의 고민

동네 전단지에 붙은 곳부터 인터넷 카페에서 유명하다는 업체까지 여러 군데 전화를 돌려보았다. 대부분의 사장님들은 바닥 시멘트를 포크레인이나 뿌레카로 전부 드러내고 새로 배관을 깔아야 한다고 했다. 소음도 소음이지만 일주일 가까이 집을 비워야 하고 이삿짐 센터에 짐도 맡겨야 하는 대공사였다. 비용도 24평 아파트 기준으로 600만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불러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어떤 업체에서 ‘홈파기 공법’을 제안했다. 기존 바닥을 다 깨지 않고 엑셀 배관이 들어갈 자리만 기계로 홈을 파서 새 관을 심는 방식이라고 했다. 소음이 덜하고 공사 기간도 이틀이면 끝난다는 설명이었다. 바닥 전체를 철거하는 것보다 150만 원 이상 저렴하게 견적이 나와서 솔깃했지만, 나중에 미장한 부위가 갈라지거나 수평이 안 맞아서 장판이 뜰 수 있다는 후기도 있어서 결정을 내리기까지 이틀 동안 잠을 설쳤다. 결국 일정과 비용 때문에 홈파기로 진행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싱크대 밑에 낀 먼지와 낡은 난방분배기교체 작업

공사 첫날 아침 7시 반이 되자마자 쿵쾅거리는 소리와 함께 작업자 세 분이 장비를 들고 들어오셨다. 가장 먼저 시작한 건 주방 싱크대 밑에 숨겨져 있던 오래된 철제 분배기를 떼어내는 일이었다. 싱크대를 완전히 들어내야 하면 일이 너무 커질 뻔했는데, 작업하시는 분이 하부장 아래쪽 판을 톱으로 뜯어내더니 좁은 공간으로 몸을 밀어 넣으셨다. 15년은 족히 넘은 듯한 분배기는 이미 녹이 슬어 붉은색 물이 고여 있었고 밸브 손잡이도 뻑뻑해서 돌아가지 않는 상태였다. 주방 설비 점검을 제때 안 한 대가를 이렇게 치르는구나 싶었다. 기존 철제 배관 대신 수명이 길다는 국산 황동 분배기로 교체하고 녹물 필터 역할을 하는 스트레이너도 새로 달았다. 좁은 싱크대 밑에서 스패너를 돌리며 낑낑대시는 모습을 보니 옆에서 지켜보는 나까지 온몸이 뻐근해지는 기분이었다.

좁은 엘리베이터와 민원 때문에 진땀 흘린 공사 이틀째

우리 아파트는 연식이 오래되어 엘리베이터가 아주 협소하다. 홈파기 기계로 거실과 방 바닥을 긁어내며 나온 콘크리트 가루와 자갈 마대를 내리는 일부터 난관이었다. 먼지가 날리지 않게 비닐 커버링 테이프로 꼼꼼하게 보양을 하긴 했지만, 미세한 돌가루가 안방 문틈과 거실 서랍장 안쪽까지 침투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엘리베이터 바닥에 흙먼지가 계속 떨어지자 경비실에서 청소 상태 때문에 몇 번이나 인터폰을 해왔고, 이웃집에서는 시끄럽다는 민원이 들어와 작업하시는 분들 눈치를 보느라 하루 종일 가시방석이었다. 콘크리트 자르는 고음의 기계음은 귀마개를 써도 머리가 울릴 정도였다. 도저히 집에서 버틸 수가 없어 첫날 밤에는 대충 짐을 싸서 근처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공사가 끝난 뒤에도 왠지 모르게 계속 확인하게 되는 보일러 게이지

둘째 날 오후 4시가 다 되어서야 파낸 홈에 새 엑셀 배관을 심고 시멘트로 메우는 미장 작업까지 마무리되었다. 난방분배기교체 비용과 바닥 홈파기 공사 비용을 합쳐서 총 380만 원이 들었다. 완전히 철거하는 것보다는 저렴하게 막았지만, 엉망이 된 거실 장판을 새로 깔고 벽지 젖은 부분을 보수하느라 예상외의 지출이 추가로 발생했다. 작업자분들이 철수하고 난 뒤 며칠 동안은 집안에 매캐한 시멘트 냄새가 빠지지 않아 추운 날씨에도 창문을 계속 열어두어야 했다. 일주일쯤 지나 보일러를 켜보니 다행히 바닥은 골고루 따뜻해졌고 아래층 천장 누수도 서서히 마르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공사했던 자리를 걸어 다닐 때마다 미세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발바닥에 걸리는 느낌이 들어서 신경이 쓰인다.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보일러 조절기에 혹시 에러코드가 뜨지는 않았는지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이상한 습관도 생겼다. 일단 물은 안 샌다니 다행이긴 한데, 완전히 마음이 놓이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

“주방 싱크대 밑에서 흘러나온 물 때문에 결국 바닥을 다 파내게 되었다”에 대한 4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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