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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 초록색 페인트를 덧바르기까지의 과정이 생각보다 길었다

옥상 바닥 상태를 처음 확인했을 때의 막막함

빌라 옥상에 올라가 본 게 대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작년 여름 내내 비가 많이 왔을 때 아랫집에서 천장에 얼룩이 생긴다고 연락이 왔었다. 처음에는 그냥 습기 때문이겠거니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니 벽지가 들뜨기 시작했다. 결국 날을 잡고 옥상 문을 열고 올라갔는데, 바닥 상태가 생각보다 훨씬 엉망이었다. 20년 가까이 된 건물이라 그런지 기존에 발라져 있던 초록색 우레탄 방수제가 곳곳에서 쩍쩍 갈라져 있었다. 손으로 뜯어보니 과자처럼 바스러지는데, 이걸 내가 직접 셀프로 할 수 있는 수준인지 아니면 사람을 불러야 하는지 감이 전혀 안 잡혔다.

업체 연락과 방문 견적의 시간

주변에 물어보니 요즘은 차열 페인트라고 해서 흰색으로 칠하는 게 대세라고들 했다. 여름에 실내 온도를 낮춰준다는 말이 혹하기도 했고, 초록색보다는 깔끔해 보일 것 같아 마음이 기울었다. 건설업체 몇 군데에 전화를 돌려봤는데, 현장을 보지도 않고 대뜸 평당 가격부터 읊어주는 곳은 일단 제외했다. 한 곳은 직접 와서 상태를 보더니 이건 그냥 위에 덧칠만 해서는 안 되고, 기존에 뜬 부분을 다 갈아내야 한다고 했다. 대략적인 견적을 들었는데 예상보다 금액대가 조금 있었다. 옥상 면적이 30평 정도 되는데 자재비랑 인건비를 합치니 머리가 좀 아파지기 시작했다. 그때 들은 설명으로는 요즘 유행하는 수영장 방수 페인트나 일반적인 우레탄 도막 방수 방식이 다 장단점이 있다고 했다.

스스로 해보려다가 포기한 이유

사실 돈을 좀 아껴볼까 싶어서 인터넷으로 방수제나 투명 방수액을 검색해 봤다. 유튜브 영상들을 보니 롤러 하나 들고 슥슥 바르면 금방 끝날 것 같았다. 그런데 문제는 ‘밑작업’이었다. 전문가들이 말하기를 옥상 방수는 90%가 바탕면 정리라고 한다. 갈라진 부분을 실리콘으로 메우고, 들뜬 페인트를 긁어내고, 먼지를 닦아내는 과정이 거의 죽음의 노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주말마다 며칠을 매달려야 할지 계산해보니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6년 차 된 신축 빌라가 아니라 이미 세월이 흐른 건물이라 구조적인 결함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결국 하자보수 예치금을 쓸 수 있는지 관리소장님과 상의를 해보았지만, 이미 기한이 한참 지나서 자부담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이 났다.

차열 페인트와 우레탄 사이의 고민

업체 사장님은 굳이 흰색 차열 페인트를 고집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기존 우레탄 방수 상태가 나쁘지 않은 곳은 그냥 위에 덮는 게 가장 확실한데, 우리 집처럼 바닥이 다 뜬 경우에는 싹 걷어내는 게 맞다고 했다. 어떤 업체는 외벽 방수 실리콘 작업까지 같이 해야 확실히 잡힌다고 덧붙였다. 옥상 문턱이나 배수구 근처에서 물이 타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말이다. 듣다 보니 이 사람 저 사람 말이 다 달라서 뭐가 정답인지 점점 혼란스러워졌다. 그냥 제일 저렴한 걸로 대충 덮어버리고 싶은 마음과, 돈을 좀 더 들여서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계속 충돌했다.

작업이 끝난 뒤에도 남은 찝찝함

결국 공사를 진행하긴 했다. 며칠 동안 옥상에 사람들이 올라와서 웅웅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페인트 냄새가 한동안 창문 틈으로 들어왔다. 작업이 끝난 옥상을 올라가 보니 확실히 이전보다는 깔끔해지긴 했다. 그런데 이게 정말로 누수를 완벽하게 잡은 건지는 비가 많이 쏟아지는 날이 되어봐야 안다고 하니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찝찝하다. 공사 비용은 생각보다 더 나갔고, 중간에 예기치 않게 배수구 정비 비용까지 추가되면서 예산이 꽤 틀어졌다. 완벽하게 문제가 해결됐다는 안도감보다는, 당분간은 더 이상 옥상 문제로 누군가와 통화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피로감이 먼저 앞선다. 나중에 또 비가 새면 그때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옥상에 초록색 페인트를 덧바르기까지의 과정이 생각보다 길었다”에 대한 2개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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