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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집 천장에서 물이 샌다는 말을 듣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아랫집에서 연락이 왔다. 천장에 물 얼룩이 생기고 벽지가 젖어 들어간다는 거였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다. 우리 집 화장실은 멀쩡해 보였고, 평소처럼 생활하고 있었으니까. 그냥 위층에서 물을 쏟았겠지, 혹은 배관이 낡아서 잠깐 그런 거겠지 싶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에 아랫집 아주머니가 다시 올라와서 물이 더 번지고 있다고, 제발 좀 확인해 달라고 애원하듯 말씀하시는데, 그때부터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계량기만 돌려보면 알 수 있을 줄 알았다

유튜브에서 본 대로 수도 계량기를 먼저 확인했다. 집 안의 모든 물을 잠그고 계량기 별침이 도는지 확인하면 된다고 했다. 10분 정도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별침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거면 된 건가 싶어서 안도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다가 아니었다. 온수 배관에서 새는 건 수압 테스트를 따로 해야 정확히 알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내가 한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계량기가 안 돈다고 해서 누수가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 자체가 너무 안일했다는 걸 나중에 전문가가 오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냥 시간만 버린 셈이다.

사람을 부르는 일부터가 고민의 시작이었다

누수 탐지라는 게 생각보다 복잡했다. 방이동 쪽에서 누수 잘 잡기로 소문난 곳 몇 군데를 찾아봤는데, 전화받는 목소리부터 다들 바빠 보였다. 대충 비용을 물어봐도 정확한 견적은 현장을 봐야 알 수 있다는 말만 반복했다. 출장비만 해도 10만 원에서 20만 원은 기본으로 깨진다고 하니, 이게 단순한 고장 수리비인지 아니면 더 큰 공사비의 서막인지 알 수가 없어 불안했다. 동네 설비 업체는 또 어딘지, 강북구 쪽 업체가 나을지 도봉구 쪽이 나을지 검색창만 들락거렸다. 결국 송파구 인근에서 활동하는 기사님을 불렀는데, 약속 시간보다 한 시간 늦게 도착하셨다. 오시기 전까지 아랫집에서 계속 인터폰이 울려서 식은땀이 났다. 기다리는 시간 내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바닥을 깨야 한다는 말에 덜컥 겁이 났다

기사님이 오셔서 청음식 탐지기라는 걸 가져오셨다. 헤드셋을 끼고 여기저기 바닥을 듣더니, 생각보다 아주 엉뚱한 곳을 지목했다. 화장실 타일 안쪽에서 미세하게 새고 있는 것 같다고 하셨다. 그냥 배관 문제인 줄 알았는데, 타일을 다 깨내야 한다니 막막했다. 공사 범위가 커질수록 비용도 비용이지만, 집 안 전체가 먼지구덩이가 될 게 뻔했다. 타일 색상도 다를 텐데, 나중에 공사하고 나면 화장실이 아주 꼴불견이 될 것 같았다. 300만 원 정도는 예비로 생각해야 한다는 말에 속으로 한숨만 푹푹 쉬었다. 돈도 돈이지만, 이 공사를 끝내고 나서도 진짜 물이 안 샐지 의문이 들었다.

공사가 끝났는데도 마음이 개운하지 않다

결국 공사는 진행했다. 공사비는 생각보다 더 나왔고, 화장실 바닥 타일은 모양이 미묘하게 다른 걸로 덧대어져서 볼 때마다 짜증이 났다. 아랫집에서는 이제 물이 안 샌다고 하니 다행이긴 한데, 내가 너무 예민한 건지 가끔 화장실 천장을 볼 때마다 긴장하게 된다. 분명히 수리를 다 했는데도 불안함은 그대로다. 또 다른 데서 터지면 어떡하지, 그런 쓸데없는 생각만 든다. 누수라는 게 한 번 겪고 나니 집이라는 공간이 아주 견고한 성이 아니라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있는 기분이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그때는 당황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그냥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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