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크대 하부장에서 발견된 묘한 습기
주말에 그릇을 꺼내려고 싱크대 하부장을 열었는데 바닥에 깔아둔 신문지가 젖어 있었다. 사실 처음에는 아이가 물컵을 엎질렀거나 설거지하다가 물이 좀 튀었겠거니 싶었다. 닦아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서 대충 행주로 닦고 다시 신문지를 깔아두었는데, 다음 날 아침에 보니까 또 눅눅해져 있더라. 이게 그냥 물기가 아니라는 걸 직감했을 때는 이미 곰팡이 냄새가 은근하게 올라온 뒤였다. 살면서 이런 경험이 처음은 아닌데, 막상 내 주방에서 이런 일이 생기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했다.
원주설비 업체 부르기 전까지의 삽질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원주설비 쪽 업체를 부르는 게 빠르다고 해서 몇 군데 알아봤다. 그런데 막상 전화를 걸려니 왜 이렇게 망설여지는지 모르겠다. ‘이 정도면 내가 직접 고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겨서 다이소에서 파는 배관 테이프랑 실리콘을 사 왔다. 싱크대 밑을 들여다보니 호스 연결 부위가 문제인 것 같아서 나름대로 꽉 조여보고 테이프도 칭칭 감아봤다. 비용은 한 5천 원 정도 들었나. 그런데 웃긴 게, 작업을 끝내고 나니까 오히려 물이 더 새는 기분이었다. 손이 닿지 않는 안쪽 배관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게 보였는데, 결국은 전문가의 장비가 필요한 영역이라는 걸 몸소 깨달았다.
생각보다 더 복잡했던 하수관 구조
결국 평소에 봐두었던 설비 업체를 불렀다. 기사님이 오셔서 보시더니 하수관 연결부가 완전히 삭았다고 하셨다. 아파트가 연식이 좀 있다 보니 어쩔 수 없다고 하시는데, 그냥 고무 패킹 하나 갈면 끝날 줄 알았던 내 예상과는 너무 달랐다. 작업을 지켜보고 있으니 단순히 누수만 잡는 게 아니라 주변 배관을 다 뜯어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기사님이 가져오신 전동 공구 소리가 좁은 싱크대 밑에서 울리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한 1시간 정도 걸릴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2시간 넘게 걸렸다. 예상했던 수리 비용보다 10만 원 정도 더 나왔지만, 윗집 누수 같은 큰 사건이 아닌 것에 위안을 삼기로 했다.
곰팡이와 눅눅함이 남긴 찝찝함
공사를 다 끝내고 나서도 기분이 썩 개운하지는 않았다. 배관은 고쳤지만 싱크대 하부장 바닥에 밴 곰팡이 냄새가 쉽게 안 빠진다. 며칠 동안 문을 열어두고 제습기를 틀어놨는데도 비가 오는 날이면 그 특유의 쾌쾌한 냄새가 다시 올라오는 것 같다. 누수라는 게 물이 새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그 뒤에 남은 환경을 복구하는 게 더 일이라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바닥재를 아예 걷어내고 새로 깔아야 하나 고민 중인데, 지금 당장 비용을 또 쓰기는 부담스럽고 일단은 방향제를 잔뜩 놓아두는 걸로 타협했다.
마무리되지 않은 것 같은 찜찜한 기분
기사님이 가시고 나서 며칠 동안 싱크대 밑을 몇 번이나 들여다봤는지 모른다. 물방울이 맺히지는 않는지, 냄새가 더 심해지지는 않는지 노이로제처럼 확인하게 된다. 사실 욕조 배수구도 예전부터 물이 좀 느리게 빠지는 것 같아서 불안한데, 이번 일 겪고 나니 설비 관련해서는 마음이 영 편치 않다. 당분간은 싱크대 밑에 물건을 채워 넣지 말고 비워두기로 했다. 나중에라도 문제가 생기면 바로 알아차릴 수 있게 말이다. 이게 과한 걱정인지 아니면 당연한 조치인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동안은 주방 문을 열 때마다 긴장하게 될 것 같다.

곰팡이 냄새가 올라오는 거 보니, 습한 환경에서 곰팡이는 정말 오래 남는 것 같아요.
싱크대 밑에서 작업하시는 분들 정말 힘드셨겠네요. 배관 뜯어내는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니, 꼼꼼한 설비 업체 선정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