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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오면 베란다 구석이 젖는 걸 보고만 있었다

처음엔 그냥 습기인 줄 알았지

작년 여름 장마가 유독 길었을 때였다. 거실 베란다 끝부분, 창틀이랑 벽이 만나는 구석에 곰팡이가 살짝 생기길래 그냥 환기를 덜 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 사실 다세대 주택 살면서 결로 없는 집 찾기도 힘들고, 벽지가 젖는 것도 아니고 타일 근처니까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게 문제였다. 그런데 가을에 비가 한바탕 쏟아지고 나니 상황이 달라졌다. 창틀 아래쪽 실리콘이 군데군데 붕 떠 있고, 그 사이로 물이 스며든 흔적이 선명했다. 손으로 꾹 눌러보니 물기가 배어 나오더라. 당황스러워서 일단 마른 수건으로 닦아내긴 했는데, 이거 어떡하나 싶었다.

동네 철물점에서 사 온 실리콘 하나로는 부족했다

결국 유튜브를 찾아보며 셀프 보수를 결심했다. ‘외벽용 실리콘’이라는 걸 사면 다 해결될 줄 알았다. 가까운 철물점에서 한 통에 4,500원인가 하는 외부용 실리콘을 사 왔다. 사장님이 쏘는 건 별거 없다고 팁을 주셨는데, 막상 사다리 타고 창틀 위쪽을 보려니 다리가 후들거렸다. 층수가 높진 않아도 3층 높이에서 밖을 내다보는 건 역시 겁나는 일이었다. 대충 겉면에 묻은 먼지 닦아내고 실리콘을 쐈는데, 이게 웬걸. 틈새가 생각보다 깊었다. 실리콘 양만 왕창 들어가고, 깔끔하게 펴지지도 않아서 보기가 흉했다. 애초에 틈새를 메울 때 백업재라는 걸 먼저 넣어야 한다는데, 나는 그런 것도 몰랐으니 결과는 뻔했다.

낡은 타일과 균열 사이의 미묘한 전쟁

보수를 하려고 타일을 살펴보니, 타일 몇 장이 이미 안쪽에서 들떠 있었다. 톡톡 두드려보니 속이 빈 소리가 난다. 이대로 두면 언젠가 아래로 떨어질 것 같아 불안했다. 방수 에폭시를 발라볼까도 싶었는데, 타일 안쪽이 이미 젖어 있는 상태에서 겉만 덮는 게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근처 벽화 거리가 흉물이 된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딱 그 꼴이 나기 직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일 하나가 깨지면 그 사이로 물이 들어가고, 겨울에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타일을 더 밀어내는 구조다. 이걸 완전히 고치려면 외벽 전체를 손봐야 할 것 같은데,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알고 나니 입맛만 썼다.

외부 업체를 부를지 말지 고민만 하다 시간은 갔다

실리콘 작업을 대충 마무리하고 한 달쯤 지났을까. 며칠 전 내린 비에 또 구석이 젖었다. 내 실력 문제인지 아니면 아예 창틀 위쪽 균열이 더 심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업체를 부르면 기본 출장비부터 수십만 원은 깨질 텐데, 지금 당장 그럴 여유는 없고. 그렇다고 그냥 두자니 곰팡이 냄새가 거실까지 넘어오는 것 같다. 단열 페인트라도 칠해보면 좀 나을까 싶어 페인트 조색까지 알아봤지만, 근본적인 누수를 잡지 않고 덮기만 하는 게 무의미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왠지 모르게 계속 불안한 마음은 가시질 않는다. 오늘 밤에 또 비 소식이 있다는데, 창가에 신문지라도 깔아둬야 하나 싶어 거실을 기웃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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