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세 시쯤이었나, 거실에 앉아 있는데 갑자기 툭 하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위층에서 애들이 공놀이를 하나 싶어서 그냥 무시했다. 근데 이상하게 싸한 느낌이 들어서 천장을 올려다보니 벽지 한 귀퉁이가 살짝 젖어 있는 게 아닌가. 손을 대보니 차가운 물기가 느껴졌다. 아파트도 아니고 이런 오래된 빌라에 살다 보면 누수 문제는 언젠가 터질 시한폭탄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게 하필 오늘일 줄은 몰랐다.
일단 수도계량기부터 확인해봤다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수도계량기였다. 예전에 어디선가 누수될 때 계량기를 잠그고 지켜봐야 한다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아서 다급하게 복도로 뛰어나갔다. 수도계량기 함을 열어보니 그 특유의 낡은 냄새가 훅 끼쳐왔다. 숫자가 뱅글뱅글 돌아가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뚫어지게 쳐다봤는데, 분명 집 안에서는 물을 하나도 안 쓰고 있는데도 미세하게 돌아가는 느낌이었다. 이 정도면 배관 문제인가 싶어서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때부터는 뭘 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얘지더라. 목동 누수 탐지 업체들 번호를 몇 개 검색해봤는데, 다들 오늘 당장은 안 된다고 하거나 출장비만 십몇만 원을 부르니 막막했다.
윗집과의 불편한 대화
결국 윗집에 올라가서 조심스럽게 상황을 설명했다. 솔직히 나도 이런 일이 처음이라 괜히 싸우게 될까 봐 걱정했는데, 윗집 아저씨도 당황하신 눈치였다. 같이 내려와서 천장을 보더니 아저씨가 하시는 말씀이 본인들은 보일러 분배기 교체를 작년에 했다며 억울해하신다. PE관 쪽 문제일 수도 있고, 아니면 방수층이 깨진 걸 수도 있다는데 나 같은 일반인이 알 리가 있나. 일단 윗집 분들은 보일러를 끄고 잠시 물을 안 써보겠다고 하셨는데, 사흘 뒤에 영업 재개했다는 백화점 뉴스까지 찾아보면서 이게 얼마나 큰 공사가 될지 상상하니 한숨만 나왔다.
사람 부르는 것 자체가 일이다
구로구 누수 업체 몇 곳에 전화해서 대충 비용을 물어보니 견적이 천차만별이었다. 단순히 탐지 비용만 받는 곳도 있고, 공사까지 다 하면 수백만 원도 우습게 깨진단다. 어제는 일단 윗집에서 물을 안 쓰니까 천장에서 물 떨어지는 게 멈췄다. 이게 다행인 건지, 아니면 일시적인 건지 잘 모르겠다. 오늘 낮에 다시 물이 한 방울씩 맺히기 시작했다. 강남 누수 관련 커뮤니티 글을 읽어보니 배관 누수면 며칠 고생한다고 하던데, 나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도 안 한 기분이다.
아직 해결된 게 하나도 없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천장에서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사실 어제보다 조금 더 젖은 것 같아서 불안한데, 윗집 아저씨는 내일 아침에 아는 사람을 불러보겠다고만 하신다. 나도 지금 당장 구조안전확인서 같은 걸 떼어봐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보험 접수부터 해야 하는 건지 막막하다. 작년에 이사 올 때 도배를 새로 다 했는데, 이게 다 망가지는 걸 지켜보려니 속이 타들어 간다. 사실 돈 문제도 문제지만, 누구 하나 속 시원하게 어디가 문제라고 말해주지 않으니 답답해서 미치겠다. 일단 오늘 밤은 물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잠을 자야 할 것 같다. 내일은 또 어떤 사람을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아니면 또 오늘처럼 해결 없이 하루가 지날지 걱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