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소에서 연락이 왔던 오후
평소처럼 거실에서 뒹굴거리고 있는데 관리실에서 갑자기 전화가 왔다. 우리 집 라인 10층 엘리베이터 옆 벽면으로 물이 스며든다는 거였다. 처음엔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우리 집은 11층인데, 도대체 내 집이랑 그게 무슨 상관이지 싶어서 당황했다. 관리소장님은 일단 올라와서 확인해봐야 한다고 했다. 내려가 보니 엘리베이터 앞 타일 근처로 눅눅하게 물이 배어 나오고 있었다. 냄새를 맡아보니 딱히 오수 냄새는 안 났지만, 기분이 영 찜찜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누수인가 싶어 갑자기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보통 방수공사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비용 생각이 먼저 머리를 스쳤다.
화장실 주변부터 파헤치기 시작한 이유
결국 인천에 있는 방수업체 한 곳을 불렀다. 젊은 사장님이 오셨는데, 우리 집 화장실을 먼저 보더니 여기저기 꼼꼼하게 살폈다. 세면대 밑 배수 트랩도 풀러 보고, 화장실 바닥 테두리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보더라. 예전에 싱크대 배수통 교체할 때도 느꼈지만, 물이 새는 건 정말이지 어디서 시작되는지 찾기가 너무 어렵다. 사장님은 방수 인젝션 작업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벽에 작은 구멍을 뚫고 주사기처럼 방수액을 밀어 넣는 방식이라던데, 듣기만 해도 벌써 집이 엉망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화장실 하나 방수하는 데 보통 150만 원에서 200만 원 정도는 잡아야 한다는 소리를 듣고 나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엘리베이터 쪽 벽은 왜 건드리는 건지
사실 나는 우리 집 내부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사장님은 외부 벽면 코킹 작업도 같이 봐야 한다고 했다. 아파트가 지어진 지 20년이 넘다 보니 외벽에 미세한 크랙이 많다고 했다. 비가 많이 오거나 하면 그 틈으로 물이 들어가서 엘리베이터 통로로 흐르는 경우도 많다고. 근데 이게 참 애매한 게, 내 집 내부 문제인지 아니면 공용부 외벽 크랙 문제인지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힘들었다. 일단 집안 화장실 틈새부터 실리콘으로 다시 다 쏘고 며칠 지켜보기로 했다. 작업 시간은 대략 3시간 정도 걸렸는데, 막상 끝나고 나니 정말 이게 해결된 건지 아니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건지 알 수가 없어서 마음이 내내 불편했다.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는 근거 없는 기대
작업하고 나서 일주일이 지났다. 관리소에 물어보니 엘리베이터 옆 벽면은 다행히 더 이상 젖지는 않는 것 같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정말 완벽하게 잡힌 건지 아니면 그냥 비가 안 와서 마른 건지 모르겠다. 방수라는 게 참 그렇다. 전문가가 왔다 가도 완벽하다는 확신을 주지는 않는다. 그냥 “일단 지켜보시죠”가 전부다. 50만 원 정도 썼는데, 이게 제대로 된 수리인지 아니면 임시방편인지 알 길이 없다. 사실 더 큰 공사를 해야 하는 거라면 돈은 돈대로 쓰고 나중에 다시 다 뜯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매일 비 예보를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여전히 남은 찝찝함과 다음 스텝
주변에 물어보면 다들 누수 한 번 겪으면 반은 도를 닦는다고 한다. 나도 이제는 엘리베이터 탈 때마다 괜히 벽면을 한 번씩 훑어보게 된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기도 하고. 아파트라는 게 참 편리하지만, 한 번 문제가 생기면 이렇게 사람을 피 말리게 만든다. 옥상 방수나 외벽 크랙처럼 공동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인지, 아니면 내 책임인지 선 긋는 과정도 너무 피곤했다. 일단은 큰비가 오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만약 다음에 또 물이 올라오면 그때는 진짜 화장실 전체를 다 들어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만 계속 남아있다.

화장실 배수 트랩을 확인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네요.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