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갑자기 거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던 날

어느 날 저녁,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는데 천장 몰딩 쪽에서 톡, 하는 낯선 소리가 들렸다. 처음에는 그냥 윗집에서 뭘 쏟았나 싶었다. 그런데 5분쯤 지나니 벽지를 타고 물기가 서서히 번지기 시작했다. 이게 말로만 듣던 누수인가 싶어서 손이 떨렸다. 밤늦은 시간이라 관리사무소에 전화도 못 하고, 일단 양동이를 받쳐두고 밤새 윗집에 연락을 해야 할지 고민하며 뒤척였다. 새벽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어나니 벽지가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다. 결국 다음 날 아침 일찍 관리사무소에 달려갔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아주 사무적이었다. 자기들은 공용 부위가 아니면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는 말뿐이었다.

누수 탐지 업체 부르는 일부터 난관이었다

결국 사설 업체를 불러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검색창에 ‘대전 누수’를 쳐보니 광고가 수두룩했다. 어디가 정직한지 알 길이 없어서 몇 군데 전화를 돌렸다. 누수 탐지 비용만 기본 30만 원에서 50만 원을 부르는 곳도 있었고, 출장비만 받고 제대로 못 찾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앞섰다. 우여곡절 끝에 후기가 적당히 있는 곳을 골랐는데, 작업 기사님이 오셔서 하는 말이 청음식 탐지기로 소리를 들어봐야 한다고 했다. 아파트 구조상 배관이 어디로 지나가는지도 확실하지 않아서 바닥을 여기저기 뜯어야 할 수도 있다는 말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탐지 비용은 결국 40만 원을 지불했는데, 원인을 찾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돈이 깨지나 싶어 멍해졌다.

외부 코킹 문제였을 줄은 몰랐다

배관 문제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범인은 외부 창틀 코킹이었다. 예전에 아파트 외벽 실리콘을 보수했다고 들었는데, 그게 시간이 지나면서 갈라져서 빗물이 타고 들어온 것이었다. 외부 코킹 작업은 아파트 10층 정도 높이에서 줄을 타고 내려와야 하는 작업이라 위험해 보였다. 가격은 대략 50만 원 내외였는데,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아서 비 오는 날에는 작업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하필이면 다음 주 내내 비 소식이 있어서 며칠을 조마조마하며 기다렸다. 물이 더 새지는 않을까 싶어 투명 테이프를 창틀에 덕지덕지 붙여놓았는데, 미관상 정말 최악이었다. 창문 밖을 볼 때마다 테이프가 너덜거리는 걸 보니 한숨만 나왔다.

보험 처리는 생각보다 더 복잡했다

아랫집 도배랑 인테리어 복구 비용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다행히 가입해 둔 화재보험에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이 있어서 그나마 한숨 돌렸다. 그런데 이게 서류가 엄청나게 많았다. 견적서, 소견서, 공사 사진, 입금 영수증까지 일일이 챙겨야 했다. 보험사 담당자랑 통화할 때마다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것도 아닌데 괜히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누수 사고가 나면 윗집이랑 아랫집 사이가 서먹해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윗집 주인은 자기 집 배관이 아니니 자기 책임이 아니라고 우기고, 아랫집은 당장 도배를 새로 해달라고 성화였다. 중간에서 조율하는 게 공사 자체보다 더 힘들었다.

완벽하게 해결된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코킹 공사를 마치고 보름이 지났다. 비가 몇 번 왔는데, 아직까지는 천장에 물기가 배어 나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비만 오면 창문을 쳐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30년 넘은 아파트라 언젠가 또 다른 곳에서 문제가 생길 것 같다는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공사 비용으로 총 100만 원 가까이 썼지만, 내 집이 다시 예전처럼 완벽해졌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저 지금 당장은 물이 안 새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살기로 했다. 혹시나 나중에 또 누수가 생기면 그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벌써부터 막막하다. 수리 기사님이 준 명함을 지갑 깊숙한 곳에 넣어두었지만, 다시는 꺼낼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갑자기 거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던 날”에 대한 4개의 생각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